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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신랄한 고발과 승리, 연민의 서사시, '빅쇼트'(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아담 맥케이 감독, 디즈니플러스)
문과 성향인 나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으며 수리에 기반을 둔 경제도 껄끄럽다. 경제 분야가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외면하며 살지는 않으나 경제 현상을 수리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려는 단계에 이를 때면 고개를 돌리는 식이다. 그러니 '빅 쇼트'같은 경제 붕괴 사태를 다룬 영화는 선뜻 선택하지 않게 된다. 이 영화가 호평을 받았고 좋은 영화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동안 보지 않았던 것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무너진 미국 주택시장 문제 라는 경제 분야가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빅쇼트'는 주택 모기지론을 기반으로 한 채권 상품의 부실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을 때 그것을 제대로 짚어낸 금융계 이단아들의 인상적인..
2023.06.05 -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은 따스했고 아이는 커나갔다, '벨파스트'(케이트리오나 발피, 제이미 도넌, 주디 덴치, 케네스 브래너 감독)
케네스 브래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인 것 같다. 그는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년 개봉)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연합군의 철수 작전을 이끄는 볼튼 사령관 역할을 맡았고 올 7월에 개봉하는 '오펜하이머'에도 출연한다. '덩케르크'는 배우들의 개성보다는 상황에 무게를 둔 영화여서 케네스 브래너가 돋보이지 않아도 되는 영화이지만 넷플릭스에 있는 '벨파스트'를 보고나니 '덩케르크'의 케네스 브래너가 떠올랐다. '벨파스트'는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으로 만든 영화이고 매우 뛰어나다는 느낌을 안겨줬다. '벨파스트'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의 서민 거주지역에서 사는 한 가족의 신산한 삶을 그린다. 가족의 막내 아들인 버디(주드 힐)의 눈..
2023.06.03 -
영화에 대한 사랑은 멈출 수 없다, '영화, 보기의 미학'(넷플릭스, 죠스, 친절한 금자씨, 48시간)
DJ 배철수가 팝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경이로움을 오래 전 방송에서 털어놓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칠순을 넘긴 배철수는 자신이 중학생이었을 때 'Sealed with a Kiss'(키스로 봉한 편지)라는 노래를 듣고 '아, 이런 음악이 있다니!'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1962년, 브라이언 하이랜드 라는 가수가 불러 크게 인기를 얻은 이 노래는 1960년대 당시 우리나라의 가요와는 너무 달랐기에 음악을 좋아하는 배철수 소년에게는 더없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나는 영화 '대부'를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중학생이었을 때 재개봉한 '대부'를 보고 '이런 멋진 영화가 있다니!'하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더 어렸을 때도 영화를 많이 보았지만 '대부'는 당시의 우리나라 영화나 미국 등 외국 영화들..
2023.06.01 -
범인을 잡으려는 맹세는 어떻게 됐을까, '써스펙트'(잭 니콜슨, 아론 에크하트, 숀 펜 감독)
숀 펜은 훌륭한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이다. 배우들 중 직접 연출에 나선 인물들이 있는데 이 중 배우 보다는 이제는 감독으로 굳어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제외하고 숀 펜, 조지 클루니, 벤 애플렉, 조디 포스터 등은 웬만한 영화 감독들을 발 아래에 둔다. 숀 펜이 연출한 영화들을 모두 보지는 않았으므로 전부가 좋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써스펙트'(2004년 개봉)같은 그의 몇몇 작품들에서는 탁월함이 느껴진다. '써스펙트'는 범죄 스릴러의 장르 속에 집념과 광기 사이를 오가는 형사에 관한 이야기로 풀릴 듯하다가 풀리지 않는 느낌을 남긴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형사 제리 블랙(잭 니콜슨)은 곧 정년 퇴직이다. 그에게 깜짝 파티를 열어준 경찰서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이, ..
2023.05.30 -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평화로운 마을 속 폭력성, '하얀 리본'(미카엘 하네케 감독,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미카엘 하케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진실을 탐구한다. 독일 태생 오스트리아 감독인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한 생각과 관련해 이런 말도 했다. "영화란, 진실을 위한, 혹은 진실을 찾기 위한 초당 24개의 거짓들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갖고 스크린 위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영화를 차갑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독일 문화의 세례를 받았음직하지만 그는 주로 프랑스 배우들과 많이 일했고 프랑스 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칸 영화제는 그래서인지 미카엘 하케네 감독에게 애정을 품었다. 그의 대표작인 영화 '하얀 리본'은 200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아무르'는 3년 뒤인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하얀 리본'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좇는 진실이 어떤 것인지를..
2023.05.27 -
자동차 경주를 둘러싼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 '포드 V 페라리'(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제임스 맨골드 감독, 디즈니플러스)
'포드 V 페라리'는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이탈리아의 페라리에 미국의 포드가 승부를 겨루는 이야기로 매우 흥미롭다. 실화에 기반한 영화이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와 자동차 경주 우승을 향한 열망과 경쟁, 자존심과 치욕, 리더십의 충돌, 비타협적인 고집과 우정 등 인간사에 나타나는 복합적인 감정과 정서들을 한데 버무려낸다. 가상의 시나리오보다 실화를 영화 소재로 쓰는 것은 실화가 그만큼 극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며 이 영화 역시 소설보다 극적인 현실의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매끄럽게 풀어낸다. '포드 V 페라리'를 만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올해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5탄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을 연출해 주목을 받았다. 긴 공백 끝에 이어지는 이 인기 시리즈물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