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작 '조디악',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다 삶이 황폐해진 이들을 위한 위로(ft.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이크 질렌할,마크 러팔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

2023. 3. 24. 13:40영화 파노라마

영화 '조디악'에서 조디악 킬러의 암호로 된 편지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배달되자 이 신문사의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자와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가 관심을 보인다.

미국 범죄사를 들여다 보면 수많은 연쇄살인범들이 있고 그 중에 '조디악 킬러'라는 독특한 연쇄살인범이 있다. 그는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신문사에 암호로 된 편지로 보내고 편지 내용을 신문에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또 살인을 예고하기도 했다. 자신의 범죄를 드러내고 경찰과 언론을 멸시하며 심리 게임을 벌였고 끝내는 잡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조디악 킬러를 추적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그들은 조디악 킬러가 누구인지 끈질기게 밝혀내려 했지만 점점 지치고 삶도 뒤엉클어진다.

1969년 7월4일 밤, 미국 독립기념일의 축제 분위기 속에 유부녀인 달린 엘리자베스 페린과 동네 총각인 마이클 르노 마주가 캘리포니아주 발레이오 외곽에서 차 안 데이트를 하다 여러 발의 총격을 받았다. 달린은 죽고 마이클은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지역 신문사들에 암호로 된 편지들이 배달돼 그대로 게재하지 않으면 또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위협한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형사인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 경위와 윌리엄 암스트롱(안소니 에드워즈) 경위가 수사에 둘어간다.

샌프란시코 경찰청 강력계의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 경위와 윌리엄 암스트롱(안소니 에드워즈) 경위는 조디악 킬러를 뒤쫓지만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두 달여 뒤 나파 카운티의 베레사 호수에서 데이트 중이던 브라이언 캘빈 하트넬과 시실리아 앤 셰퍼드가 칼에 여러 차례 찔리는 범죄가 일어난다. 시실리아는 숨지고 브라이언은 살아남는다. 범인은 가슴까지 내려오며 조디악 기호가 새겨진 검은 두건을 뒤집어쓰고 총을 겨누어 그들을 묶은 뒤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그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 전에 신문사에 보낸 암호문 중 일부 내용이 아마추어 암호 해독가들에 의해 풀렸는데 연쇄 살인을 조디악 킬러 자신이 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자가 사건 취재에 들어가고 암호 해독광인 신문사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도 흥미를 보인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와 샌프란시스코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미국 사회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베레사 호수 살인 사건 후 한 달이 채 안 돼 택시기사가 총에 맞아 숨지고 5개월여 후에 캐슬린 존스라는 여인이 갓난 아기와 함께 낯선 남자의 차를 타고 가다 살해 위협을 받고 차에서 뛰어내리는 사건도 발생하다. 모두 조디악 킬러의 짓으로 보이는 범죄들이다. 경찰은 제보를 통해 수많은 용의자들의 필적을 감정하고 행적을 살펴보지만 혐의를 찾지 못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아서 리 앨렌이라는 인물도 조사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다.

경찰은 아서 리 앨렌 이라는 용의자를 수사하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어 벽에 부닥친다.

사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초기 사건의 생존자였던 마이클 마주가 사라져버렸기 때문. 이 사이 4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조디악 킬러의 범행으로 보이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폴 에이버리 기자는 알콜 중독이 심해져 신문사를 그만 둔다. 윌리엄 암스트롱 경위도 사건에 지쳐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며 요청해 떠나 버린다. 데이브 토스키는 사건 추적을 계속해 나가지만 조디악의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그 역시 다른 부서로 옮겨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된다.

그러나 로버트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이 사건을 파고 든다. 그 사이 아내와 헤어져야 했고 신문사 삽화가 일도 접게 된다. 그는 사건을 떠올리기 꺼리는 데이브 토스키와 지역에서 조디악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수사 기록을 살펴보고 피해자 가족을 만나 사건을 되살려본다. 로버트는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필적 감정 등에 골몰하다 사건 당시의 정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릭 마셜이라는 새로운 용의자와 유력한 용의자였던 아서 리 앨렌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하나 둘 사건에서 손을 떼지만 로버트는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추적하다 어떤 힌트를 얻게 된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자신이 어릴 적 자랐던 캘리포니아에서 이 사건에 대한 두려움의 기억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만든 '조디악'은 당시의 상황을 촘촘하게 구성, 연쇄살인 범죄 행각과 경찰과 언론사의 대응 등을 매우 흥미롭게 짚어낸다. 주요 등장인물 외에도 꽤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감독은 이들에게도 생생한 캐릭터를 입혀 잘 전달하는 역량을 보인다. 그가 만든 영화들은 범작이 없을 정도로 하나같이 탁월한데 개인적으로는 '조디악'을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여긴다. 매우 복잡한 영화인데도 스토리를 잘 이어가면서 많은 등장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섬세하고 뛰어나게 뽑아냈기 때문이다. 어렵게 디자인된 옷을 바느질 하나 나타나지 않도록 만들어내는 천의무봉의 솜씨 라는 표현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 같은 이들에게 딱 들어맞는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이처럼 뛰어난 스토리 라인과 함께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삶이 망가지는 모습도 쓸쓸하게 담아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안소니 에드워즈 등은 초기에 눈을 반짝이며 의욕을 보이지만 결국에는 생기를 잃고 무너져가는 인물들을 탁월하게 연기한다. 모범생 같던 제이크 질렌할은 세월이 흐르면서 광기에 사로잡혀 조디악 킬러를 끝까지 쫓는 유일한 인물로 나온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삶을 돌아보지 않을 정도로 이 범죄에 매달린 많은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 마지막에 감독은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은 범인에 대해 그가 내린 결론을 말한다. '조디악'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같은 반열에 오를 만한 훌륭한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