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잠망경>레너드 스키너드의 게리 로싱턴 별세, 록앤롤,넷플릭스 음악 다큐멘터리

2023. 3. 11. 00:00영화 파노라마

 

레너드 스키너드-나무위키 자료사진

며칠 전 레너드 스키너드의 마지막 원년 멤버였던 게리 로싱턴이 유명을 달리 했다는 뉴스를 듣고 기억이 과거를 소환했다. 게리 로싱턴은 유려하고 장중한 레너드 스키너드의 사운드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였다. 레너드 스키너드의 대표곡인 '심플맨'은 깨끗하게 울리는 느린 기타 연주로 시작되고 '프리 버드'는 키보드와 함께 기타음이 터지는데 이 곡에서 게리 로싱턴의 기타 연주는 좀 우는 듯하게 들린다. '심플맨'은 단순한 남자가 되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전하고 '프리 버드'는 느리게 시작했다가 빠르고 경쾌하게 변주된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기타리스트가 3명이나 돼 기타 사운드의 울림이 두드러진 록 그룹이었다.

'심플맨'과 '프리 버드'는 멋지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다. 인상적인 기타음을 축으로 드럼과 키보드 등의 악기들이 록앤롤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스윗 홈 알라바마'같은 곡은 컨트리 음악처럼 경쾌하게 흐르는데 이 곡에서도 게리 로싱턴의 기타 연주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원년 멤버들이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출신인 레너드 스키너드는 미국 남부의 정서를 표현하는 '서던 록'밴드로 분류된다. 미국 남부 음악의 기반인 블루스와 컨트리적인 요소가 그들의 록앤롤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천천히 흐르는 강물같다.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여러 철학적 생각들을 떠올리는 것 같은 음악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레너드 스키너드의 '심플맨'은 전주가 스콜피언스의 '올웨이즈 섬웨어'와 비슷해 논란이 있었다. 둘 다 좋은 음악이며 '올웨이즈 섬웨어'가 좀 애절한 느낌이라면 '심플맨'은 관조하는 것 같은 차이가 있다. 레너드 스키너드 라는 밴드명은 로싱턴의 고교 시절 잔소리 심한 선생님을 조롱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한창 잘 나가던 1977년에 전용 비행기 추락사고로 로싱턴의 친구였던 보컬 로니 밴잰트와 기타리스트 스티브 게인스 등이 숨졌고 로싱턴은 살아남았다. 로싱턴은 이후에 '로싱턴 콜린스 밴드' 등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1987년에 로니 밴잰트의 동생 자니 밴잰트를 영입, 레너드 스키너드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레너드 스키너드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와 80년대는 록앤롤의 전성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록앤롤 음악이 많이 흘러나왔다. 레너드 스키너드와 함께 이글스, 비지스, 딥 퍼플, 레인보우, 레드 제플린, 저니, 포리너, AC/DC, REO스피드왜건, 에어 서플라이, 퀸, 롤링 스톤스 등 수많은 록 그룹들이 훌륭한 음악들을 들려줬다. 영국과 미국, 호주 등지에서 온 그들은 출신 국가의 문화를 바탕으로 강렬하고 무겁고, 때로는 낭만적인 음악을 선사했다. 로버트 플랜트와 로니 제임스 디오, 믹 재거 등 뛰어난 보컬들이 부르는 노래는 젊은이들을 들뜨게 했다. 그들의 음악에 담긴 철학적 가사는 심오한 깊이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어쩌면 젠 체하는 멋부림이기도 했을 것이다. 머리를 기르고 가죽 옷을 걸치고 기성질서에 맞서는 듯한 음악은 약간 치기 어린 구석도 있었지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젊음의 문화였다.

'기타의 신'이라 불리는 에릭 클랩튼의 젊은 시절 모습.-나무위키 자료사진

1990년대 이후 록 음악은 얼터너티브 록 이라는 장르가 나타나면서 너바나, 펄 잼, R.E.M 등으로 이어졌지만 록앤롤의 황금기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뒤이어 힙합이 나타났고 세계적인 주류 음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음악의 흐름이 바뀌더라도 록앤롤은 대부분의 음악의 밑바탕에 깔려있고 최근에는 록앤롤 음악에 대한 향수도 살아나고 있다. 2018년에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음악이 얼마나 뛰어났고 그들의 음악적 삶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를 되돌아보게 한 영화였다. 넷플릭스에는 록앤롤 소재의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에릭 클랩튼:기타의 신', '끝나지 않은 랩소디:퀸+애덤 램버트', '키스 리차드:언더 인플루언스', '메탈리카:섬 카인드 오브 몬스터' 등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변하지 않는 사랑을 담아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움을 일깨우고 사라졌다고 생각한 젊음-젊은이들에게는 새로움-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