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8. 00:00ㆍ영화 파노라마
요즘에 배우들이 영화는 물론 넷플릭스 등 OTT 영화, 드라마에 활동할 수 있는 길들이 많아졌는데도 모습을 보기 힘든 이미연이 문득 궁금해졌다. 전도연, 김혜수, 김희애 등이 여전히 활기차게 연기 활동을 하고 있고 한동안 쉬었던 김현주나 지난해 별세한 강수연도 오랫만에 연기 활동에 나섰던 터여서 이미연이 장기간 연기 생활을 쉬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러브콜이 있는데도 작품이 성에 차지 않아서일까? 그러기에는 공백기가 너무 길다. 아니면, 러브콜도 별로 없고 연기생활에 대한 뜻도 꺾은 것일까? 알 수 없지만 배우로서 이미연을 좋아했던 팬들이 많았기에 한 번씩 그녀가 생각나게 된다.
이미연은 데뷔작인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1989년)의 청춘 스타로 벼락같은 인기를 얻은 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주연 배우로 나섰다. 그녀는 2013년 11월 말부터 2014년 1월 중순까지 방영된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나왔으며 영화 '여자, 남자'(2015년 개봉), '좋아해줘'(2016년)에 주연을 맡은 후 연예 활동이 잠잠하다. 1971년생인 그녀의 나이는 52세에 접어들었으며 연기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면 원숙미를 꽃피우리라 기대한다.
이미연은 드라마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987년 5월부터 1991년 7월까지 방영된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 최수종, 안정훈, 손창민, 최수지 등과 함께 출연해 시선을 사로잡았고 2000년대 초반의 '명성황후', 2010년의 '거상 김만덕' 등에서 발전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처음에 등장했을 때 청순하면서도 야무진 미모의 그녀는 외모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경력이 쌓이면서 연기력이 발전했고 그녀에게 주어진 비중있는 주연의 무게를 능히 감당하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좀 불운했다고 할 수 있다. 연기 경력의 초반부는 괜찮았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좋은 작품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 '여고괴담'(1998), '내 마음의 풍금'(1999) 등은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이후에도 '인디안 썸머'(2001), '중독'(2002)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작품에 대한 호감도도 높았지만, 그 외 다른 작품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미연의 대표작으로 선뜻 택할 만한 영화가 없을 정도로 그녀의 출연작은 고만고만했고 그나마 이병헌과의 러브 스토리인 '중독'에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위로로 삼아야 했다.
그녀는 주로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지만, 이따금 출연한 액션 장르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이정재와 공연한 '흑수선'(2001), 장동건, 이정재와 함께 한 '태풍'(2005), 소지섭과 같이 나온 '회사원'(2012)은 작품성도 높지 않았고 흥행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녀가 가장 최근에 출연했던 2016년 개봉작 '좋아해 줘'는 멜로 영화로 평점이 나쁘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영화관을 찾아오지 않았다.
이미연은 인기가 높았지만,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주로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에 맞는 연기를 펼쳐 연기의 폭이 좁았다는 한계도 있었다. 게다가 좋은 작품들을 선택하지 못하면서 인기가 점차 식어갔다. 특히 멜로 드라마 주인공 전문인 배우는 나이 들면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그 덫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미연의 행보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도 배우로서 잠재력을 가졌을텐데 멜로 드라마에 치중하는 바람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녀가 더 늦기 전에 연기 활동을 재개해 이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연기들로 날개를 펼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