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몰입시키는 액션 느와르 걸작 '히트'(ft.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애슐리 쥬드, 마이클 만 감독)

2023. 3. 16. 00:00영화 파노라마

 

영화 '히트'에서 닐 매컬리(로버트 드니로)와 그의 일당은 차량과 은행을 능숙하게 터는 강도로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범죄 액션 느와르의 걸작이라 할 만한 '히트'(1996년 국내 개봉)는 벌써 30년이 다 돼가는 영화이지만, 출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멋지고 두드러진 액션 장면들로 인해 관객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영화가 됐다. 같은 영화에 잘 나오지 않았던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두 배우는 '대부 2'에 출연하지만,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인물로 함께 나오는 장면이 없었고 '의로운 살인'(2008)이라는 작품에 같이 출연했지만 영화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두 배우는 2019년에 개봉한 '아이리시맨'에서 오랫만에 함께 나온다-가 이 작품에 나란히 출연한다. 이들 외에 발 킬머, 최근 별세한 톰 시즈모어, 존 보이트 등이 얼굴을 비치며 90년대 미녀 배우로 유명했던 애슐리 쥬드와 에이미 브렌너먼도 나온다. '히트'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히트'는 닐 매컬리(로버트 드니로)와 그가 이끄는 강도 일당을 LA 경찰국 강력계 수사반장인 빈센트 해나(알 파치노)와 그의 팀이 추적하는 영화이다. 닐과 크리스 시헬리스(발 킬머), 마이클 체리토(톰 시즈모어) 등 강도단은 매우 솜씨있게 특급우편발송 차량을 털어 증권투자사의 고액 채권을 빼앗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격한 조직원 웨인그로가 호송 담당 요원 3명을 총으로 쏴 죽여 일이 커진다. 닐은 신속하게 목적을 달성하고 살인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일이 엉키게 됐다. 빈센트 반장이 이들을 뒤쫓지만, 닐 일당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LA 경찰국 강력계의 빈센트 해나(알 파치노) 수사반장은 고액 채권을 털고 살인까지 저지른 닐 매컬리 일당을 추적한다.

로버트 드니로는 차가운 연기가 트레이드 마크이고 알 파치노는 뜨거운 연기가 특징이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나오고 알 파치노는 강렬하고 끈질긴 경찰을 연기한다. 닐은 가족이 없고 빈센트 반장은 이혼 경력이 있으며 지금의 결혼 생활도 위태위태하다. 닐의 동료 크리스와 마이클도 가족이 있지만 닐은 가족이 없는 것이 일하기에는 오히려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어서 외로움을 떨치지 못하는데 어느 날 마음을 흔드는 여인 이디(에이미 브렌너먼)를 알게 된다.

닐은 네이트(존 보이트)로부터 정보를 전달받고 마지막으로 은행을 크게 털어 이디와 함께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빈센트 반장은 닐 일당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고 그들을 점점 옭아매고 있다. 닐 일당이 은행을 터는 데 성공하지만 빈센트 반장팀이 곧 그들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가지 총격전은 액션 장면의 모델로 삼아야할 만큼 아주 훌륭하다. 시끄러운 총격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음향과 시민들의 겁에 질린 도주, 건물과 차량 사이를 쫓고 쫓으면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마치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하다.

빈센트 반장은 닐이 은행털이에 나서기 전 증거가 없는 그를 만나 신경전을 벌인다.

빈센트 반장은 닐을 잡는 것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만만찮은 호적수를 만났다는 느낌이다. 빈센트는 크리스의 아내 샬린(애슐리 쥬드)을 이용해 크리스를 잡으려 하지만, 크리스와 닐 모두 포위망을 벗어난다. 그러나 닐의 완벽한 성격이 그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는 팀원 중 자신들의 뒤통수를 친 웨인그로를 없애기 위해 되돌아가고 일을 마친 후 이디를 찾아가지만, 지체하는 사이에 빈센트 반장의 덫에 걸린다. 이제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야 한다.

 

'히트'를 만든 마이클 만 감독은 액션 영화를 잘 만드는 자신의 장기와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가 빚어내는 차량과 은행 탈취 장면은 아주 긴장되며 총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들은 가족과 애인이 있으며 삶의 고민과 애환이 있으며 사랑의 정서와 상실감도 느낀다. 강도와 경찰의 추격전 사이에 이처럼 신산한 삶의 정서와 이야기들을 녹여내 꼼짝 못하게 몰입시키는 감독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마이클 만 감독은 마땅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시가지 총격전은 아주 생생하고 강렬해 백미로 꼽힌다.

'히트'는 만들어진 직후에도 뛰어난 평가를 받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쏟아져나온 많은 액션 느와르 영화들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빼어난 작품임이 분명하다. 만약 누군가가 베스트 액션 영화 선정 작업을 하면서 만에 하나 '히트'를 제외시킨다면 바로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고로 평가받는 천재적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히트'를 장르의 틀에서 벗겨버린다. 그는 '히트'에 대해 "장르를 초월한 아메리칸 클래식!"이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히트'가 장르 불문하고 고전의 반열에 들만한 작품이라는 것인데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