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코치 카터'를 떠올리게 하다-승리와 함께 거둔 인생의 값진 성취(넷플릭스, ft. 사무엘 L. 잭슨, 토마스 카터 감독 등)

2023. 2. 25. 00:00영화 파노라마

 

영화 '코치 카터'에서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에 새로 부임한 켄 카터(사무엘 L.잭슨) 코치는 선수들에게 규율과 학업 성적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큰 인기를 끌자 농구 소재 미국 영화인 '코치 카터'(2005년 개봉)가 생각난다. 스포츠 소재 영화는 승부의 극적인 줄거리가 필연적으로 들어가게 돼 아주 흥미롭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이다. '코치 카터'는 재능은 있지만 패배가 일상인 선수들을 일깨우는 농구 코치(감독)-미국은 감독을 코치, 헤드 코치로 부른다-켄 카터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 영화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목표 의식이 확고한 선수들이 중심인 반면 '코치 카터'는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코치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카터 코치가 서서히 팀을 변화시키자 리치몬드 선수들은 연전연승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주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켄 카터 (사무엘 L. 잭슨)는 스포츠 용품점을 경영하는 중년의 사내이다. 그의 아들 데미언(로버트 리가드)은 아버지를 닮아 재능이 뛰어난 농구 선수로 리치몬드 고교의 과거 라이벌팀이자 현재 최강인 세인트 프란시스 고교에 재학 중이다. 어느 날 켄 카터는 모교의 농구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아들여 부임하는데 선수들은 그를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다. 켄 카터 코치의 아들 데미언은 아버지의 팀에서 뛰겠다며 리치몬드 고교로 옮겨온다. 리치몬드 선수들은 지난 해에 겨우 4승만 거뒀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패해 4년째 최하위에 그치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 또 그들은 가난한 지역의 학생들로 미래에 대한 희망도 별로 없다.

카터 코치는 리치몬드 선수들을 단순히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학업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경기 당일에는 넥타이를 매고 와야 되고 대학에 갈 수 있는 기준 이상인 학점 2.3점을 유지해야 하며 수업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한다. 선수들은 이에 반발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계약서에 서명한다. 선수들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농구만 잘 하도록 이끌면 되지, 웬 계약서냐며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만 카터 코치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코치 카터가 학점 기준을 채우지 못한 선수들에게 경기 출전 금지령을 내리고 농구장을 봉쇄하자 지역 사회가 들끓고 언론이 연일 보도에 나선다.

카리스마가 강한 카터 코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이에 적응한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면서 리치몬드는 전혀 다른 팀이 된 듯 새 시즌에 패배를 모르게 된다. 그러나 수업에 빠지고 학점 2.3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발생하자 카터 코치는 연습장의 문을 잠그고 도서관으로 선수들을 모아 수업에 빠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학점 2.3점 이상이 될 때까지 경기 출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학교장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이 소식은 지역 사회를 들끓게 만들어 매스컴이 연일 보도에 나서게 된다.

카터 코치는 사안이 매우 커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이어나간다. 대쪽같은 그의 성품과 엄격한 지도방식이 선수들에 대한 깊은 애정임이 점차 알려지며 그에 대해 새롭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주 교육위원회가 의결을 거쳐 농구장 봉쇄 해제를 결정하지만 카터 코치의 마음을 알게 된 선수들은 그의 뜻에 따른다. 선수들이 합심해 학점 2.3점 이상의 기준을 넘어서자 카터 코치는 팀을 이끌고 다시 경기에 나선다. 리치몬드 팀은 연전연승을 이어가고 주 최강팀인 세인트 프란시스 고교팀과 만나게 된다.

 

'코치 카터' 영화 제작에 주인공인 실존 인물 켄 카터(오른쪽)가 참여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코치 카터'는 인생의 한 시기에서 빛나게 도약한 농구 코치와 선수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팀이 승리하는 팀으로 탈바꿈한 것 이상의 성취이다. 선수들을 애지중지하는 카터 코치가 선수들을 자극해 그들을 희망을 가진 젊은이로 변모시키는 성취이다. 리치몬드 출신들은 누구나 뻔한 실패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단 한 사람, 카터 코치 만이 나서서 편견을 깨트리고 지역 사회 전체에 울림을 주는 변화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전형적인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 선수들의 암울한 현실에 자극을 주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갈등이 빚어지고 변화의 하이라이트를 거쳐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너무나 익숙하고 흔한 전개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코치 카터 역을 맡은 사무엘 L. 잭슨과 선수 역할의 배우들이 탁월한 연기의 조화로 이같은 감동을 만들어낸다. 사무엘 L. 잭슨은 연습장에서, 경기장에서, 경기의 고비마다 선수들을 꾸짖고 자극하고 격려한다. 그는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마음을 뒤흔드는 말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데 카터 코치의 역할은 스포츠팀 감독이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느끼게 한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영화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 켄 카터가 직접 참여해 세세하게 조언과 제언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토마스 카터 감독은 그의 얼마 되지 않는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긍지가 넘치는 작품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