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6. 08:00ㆍ영화 파노라마
영화 마니아들의 주말에는 한 편의 영화를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생깁니다. 꼭 영화관에 가지 않더라도 영화 콘텐츠가 많으니 좋은 영화들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영화관에서는 개봉영화들이 상영되지만 예전에 나왔던 좋은 영화들은 볼 수 없으니 집에서 여유있게 지나간 명작 영화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 주연의 2007년 작품 '아메리칸 갱스터'와 안소니 홉킨스, 스칼렛 요한슨, 헬렌 미렌 주연의 2012년 작품 '히치콕'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이고 '히치콕'은 실존 인물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다룬 코미디드라마 영화로 장르는 다르지만 둘 다 흥미롭고 구성이 알찬 영화입니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명감독 리들리 스콧의 작품입니다. 리들리 스콧은 중세 시대극인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 유괴를 소재로 한 범죄물 '올 더 머니', SF물 '프로메테우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하나같이 솜씨있게 만들어내는 거장입니다. '아메리칸 갱스터' 역시 재미 있으면서도 어두운 세계에서 자신의 삶과 의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지하게 다뤘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강한 여운이 남습니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걸쳐 미국 뉴욕 할렘 암흑가를 장악한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의 성공과 실패를 담아냈습니다. 프랭크는 베트남전의 어지러운 상황을 틈타 직접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마약 밀매 루트를 개척하는 대담함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할렘에서 고순도 마약을 싼 가격으로 판매하며 막대한 부를 쌓고 사회적 지위도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해 경찰 매수로 법망을 피하는 일도 손쉬웠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부패를 멀리 하며 집념이 강한 형사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가 할렘가의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해 특별 수사반을 꾸려 추적에 나섭니다. 수사가 원점에서 맴돌고 마약 조직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며 낭패를 겪지만 어느 날 범죄 조직과 두목의 존재를 감지하게 됩니다. 프랭크의 동생 휴이(치웨텔 에지오포)가 조직의 실체를 드러나게 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합니다.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명불허전의 뛰어남을 보여줍니다. 치웨텔 에지오포, 쿠바 구딩 주니어, 조슈 브롤린, 아만드 아산테 등 조연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아만드 아산테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에 간혹 B급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로 1980년대 초에 나왔던 B급 형사물 '아이 더 쥬리'란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배우들을 탄탄한 스토리 속으로 끌고 가 각자 역할을 잘 소화하도록 이끕니다. 영화 전개의 빌드업이 뛰어나 헐겁지 않고 꽉 찬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히치콕'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 '사이코'를 제작하는 과정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사이코'는 독특한 스토리가 대중적이지 않다 하여 반대가 많았으나 히치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스펜스 스릴러의 교본으로 자리잡는 걸작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주연 배우 물색과 선정 과정, 이 영화를 마땅찮아 하던 주위의 차가운 시선, 스토리 전개를 둘러싼 갈등 등이 영화 속에서 표현됩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실존 인물들의 개성을 느낄 수 있고 후세 감독들이 경배해 마지 않는 명감독의 명작이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겉으로는 특유의 뚱한 표정을 짓지만 비상한 두뇌를 가졌던 히치콕 감독을 뛰어나게 연기했고 헬렌 미렌은 괴퍅한 영화감독 남편을 잘 다독이면서 격려하는 아내 역을 잘 표현했습니다. '사이코'의 여자 주연 배우 자넷 리 역의 스칼렛 요한슨, 베라 마일스 역의 제시카 비엘을 볼 수 있고 과거의 청춘 배우 랄프 마치오, 요즘 작품 활동이 활발한 토니 콜렛도 이 영화에서 얼굴을 비춥니다. 이 영화는 사차 제바시 라는 낯선 영국 감독이 만들었는데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의 각본을 썼던 인물이네요.
'아메리칸 갱스터'는 좀 알려진 작품으로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고 생소한 영화 '히치콕'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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