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오래된 영화-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 '사관과 신사', '어게인스트', '백야'와 아름다운 주제가들(넷플릭스. 리차드 기어.데브라 윙거. 제프 브리지스. 이사벨라 로..

2023. 1. 5. 00:00카테고리 없음

 

1984년 영화 '어게인스트'에서 제프 브리지스와 레이철 워드가 열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 들어가 이런저런 콘텐츠를 검색하다가 1984년 영화 '어게인스트 올 오즈'의 동영상과 주제가를 접했다. 정말 향수 어린 음악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제네시스'의 멤버였던 필 콜린스가 청아한 목소리로 주제가 '어게인스트 올 오즈'(Aginst All Odds)를 부르고 멋진 주연 배우 제프 브리지스와 레이철 워드가 등장하는 영화의 장면들이 겹겹이 지나간다. 이 영화 주제가는 당시 미국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에 찾아봤더니 다행히 이 영화가 등록돼 있다. 올드 영화팬들이라면 보고싶은 작품이다.

한국에 수입되면서 '어게인스트'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1984년 7월에 개봉돼 흥행도 좋았고 주제가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무렵에는 영화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영화 주제가도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영화 내용을 주제가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뒷받침하기도 하고 음악 때문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기도 했다. 영화 '플래시댄시'의 주제가 '페임'(Fame·아이린 카라 노래), 영화 '록키 3'의 '아이 오브 더 타이거'(Eye of the Tiger·그룹 서바이버 노래),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라 붐'의 주제가 '리얼리티'(Reality·리차드 샌더슨 노래), 007 영화 주제가인 시나 이스턴의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다이아나 로스와 라이오넬 리치가 부른 영화 주제가 '엔델리스 러브'(Endless Love), 영화 '투씨'의 주제가 '잇 마잇 비 유'(It might Be You·스테판 비숍 노래) 등 아름다운 영화 주제가들이 쏟아졌다. 1980년대는 그야말로 영화 주제가의 전성시대였다.

1983년 영화 '사관과 신사'의 리차드 기어와 데브라 윙거

영화 '어게인스트'를 만든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이런 흐름을 이끌었다. 그는 이 영화 개봉 1년 전에 세계적으로 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했던 '사관과 신사'를 발표했다. 리차드 기어와 데브라 윙거가 주연했던 이 영화는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가 불렀던 '업 훼어 위 빌롱'(Up Where We Belong)이 들어가면서 영화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군 사관이 되려는 리차드 기어가 시골의 아름다운 처녀 데브라 윙거를 사귀지만, 대부분 사관이 된 후에는 혼자 떠나버리고 마는데 리차드 기어는 그러지 않고 데브라 윙거와 함께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스토리이다. 특히 여성 팬들이 이 영화에 열광했고 리차드 기어와 데브라 윙거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이어 '백야'를 내놓았고 국내에서는 1986년 9월에 극장에 걸렸다. '백야'는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미국의 탭댄서 그레고리 하인즈가 출연했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헬렌 미렌 등도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영화는 망명 무용수 니콜라이(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탄 여객기가 소련 영토에 불시착해 억류되고 월남전에 항의하여 탈영한 레이몬드(그레고리 하인즈)-다르야(이사벨라 로셀리니) 부부의 집에 기거하면서 강제로 공연 활동을 하다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헬렌 미렌은 니콜라이와 헤어졌다 재회하는 연인 갈리나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 라이오넬 리치의 '세이 유 세이 미'(Say you Say me)가 감미롭게 흐르는데 자유를 갈망하는 연인들의 애틋한 감정을 전달한다.

영화 '백야'에서 호흡을 맞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그레고리 하인즈

영화 '어게인스트'는 미식축구 선수 제프 브리지스가 친구인 제임스 우드의 부탁으로 그의 도망친 애인 레이철 워드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지만, 오히려 그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고초를 겪다가 끝끝내 그 사랑을 지켜낸다는 줄거리이다. 영화에서 젊은 제프 브리지스와 레이철 워드의 빛나는 모습을 보면 세월이 무상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프 브리지스는 70대에 접어든 요즘에도 멋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그가 주연한 스릴러 드라마 '올드맨'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는 리차드 위드마크와 제인 그리어가 출연해 더욱 관심이 간다. 너무 오래전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싶은데 리차드 위드마크는 1950년대~70년대 무렵 할리우드의 유명한 악역 배우였고 제인 그리어도  같은 시대에 활동했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이후에도 1995년 캐시 베이츠·제니퍼 제이슨 리·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의 '돌로레스 클레이븐', 1997년 알 파치노·키아누 리브스·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데블스 애드버킷', 2001년 멕 라이언·러셀 크로우 주연의 '프루프 오브 라이프' 등 화제작들을 감독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2005년에는 제이미 폭스를 주연으로 레이 찰스의 삶을 다룬 영화 '레이'를 발표해 제이미 폭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영화들을 만들어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나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전성기는 오래전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만든 '사관과 신사' '어게인스트' '백야'가 잇따라 흥행했을 때가 아닌가 한다. 평론가들이 이 영화들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울고 웃게 하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공 뒤에는 영화의 정서에 그대로 이입되는 아름다운 주제가들이 있었다.

 

사족-'백야'에 출연했던 영국 배우 헬렌 미렌은 영화 출연 12년 후인 1997년에 테일러 핵포드 감독과 결혼한 부부 사이이다. 헬렌 미렌은 젊은 시절에 섹시한 배우로 알려졌으나 이후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고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왕성한 연기 활동을 하며 오히려 더 빛나고 있다. 2007년 초에 개봉한 '더 퀸'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을 인상적으로 펼쳐 그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1년 '언피니시드', 2015년 '우먼 인 골드', 2019년 '굿 라이어' 등의 작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