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건축탐구 집' '드림 홈 메이크 오버'-전원 주택을 꿈꾸게 하다
최근에 아파트 입구에 '곧 이사하게 될 아파트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하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그러고나서 우리 집으로 선물로 쓰레기 봉투 꾸러미가 도착했다. 알고보니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되는 예비 주민이 보낸 것이었다. 우리집 뿐만 아니라 같은 라인의 집들에게도 보냈을 것이다. 이사를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은 수시로 붙고 공사 소음도 간간이 들리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양해를 구하며 선물을 보내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하던 차에 선물을 받고 보니 센스 있는 그 마음씨가 예쁘게 느껴졌다. 누군지 얼굴도 모르지만 젊은 이웃 일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들면서 그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집에서 잘 살고 번창하기를 빌어본다.
아파트 생활을 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그래서 전원 주택 소개를 많이 하는 EBS '건축탐구 집', MBC '구해줘 홈즈' 같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게 되었다. 특히 '건축탐구 집'은 전문가의 설명을 곁들여 집을 여러모로 탐구하고 이해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어쩌다 시청을 빠트리면 나중에라도 놓친 방영분을 꼭 찾아보곤 했다. 유튜브의 '전원 주택' 콘텐츠도 틈만 나면 찾아봤다. '전원주택에 살면 절대 안되는 이유'같은 것도 봤지만 귀에 별로 들어오지 않았고 멋진 전원주택에 사는 이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한마디로 '전원 주택'에 꽂혔고 지금도 꽂혀 있다. 언젠가 전원 주택을 짓거나 잘 지은 전원 주택을 매입하거나 아니면 시골집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싶다는 꿈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처가집 둘째 사위-필자는 네째 사위이다-인 동서 형님에게 전원 주택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시면서 50대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좀 지나면 그냥 아파트에 그대로 눌러 살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수 년 전, 대학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60대 후반의 형님 자신도 50대 무렵에는 전원 주택에 살고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으나 어느 순간 그만두었다고 하셨다. 나이 들면서 시골에 사는 일이 만만찮은 일인데다 병원이 가까운 도시의 편리한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게 되더라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전원 주택에 사는 것을 꿈꾸고 있다. 주위에 친구나 또래의 지인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이미 비슷한 생활을 해봤거나 하고 있다. 지금은 나와 같이 퇴직한 처지의 회사 동기는 꽤 오래전에 부인의 동의를 얻어 대구 인근 팔공산 능성동 예비군훈련장 뒤편의 농가 주택에서 2년간 살았다. 아파트 생활이 답답해 그리로 이사갔는데 대구 도심의 직장에서 집까지 출퇴근하는 일이 부담스럽긴 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가 다반사이다보니 택시비나 대리운전 비용의 지출도 꽤 컸다고 했다. 그 동기네 집에 놀러가서 마당에 고기 구워먹던 즐거운 기억도 난다. 여러 불편함을 고려해 그 곳에서의 좋았던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도심 안으로 이주했지만 그는 아직도 가끔 그 시절을 즐겁게 추억한다.
회사 퇴직을 곧 앞둔 또다른 동기는 지금 대구 외곽의 3층 주택에 산다. 대중 교통 이용이 다소 불편하지만, 차로 출퇴근하니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 곳으로 이사간 지 5년이상 된 것 같은데 그도 부인에게 아파트 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한 끝에 그 곳으로 이사하게 됐다. 동기네는 출입구가 따로 있는 3층을 세주고 1,2층에서 사는데 그는 퇴근하면 2층 자기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드럼 연습을 한다. 내가 부러워했더니 그렇게 살면 되지 뭘 망설이냐며 자기처럼 결단하라고 한다. 최근에는 회사 후배가 대구 인근 청도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이사갔다는 말을 들으니 약간 조바심도 난다.
그렇게 결단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어렵다. 아내가 전원 주택에 들어가 사는 것을 말리는 것도 아니다. 아내는 지금 사는 아파트의 주방이 좁다고 불평하면서 넓은 주방이 딸린 전원 주택에서의 삶을 나처럼 희망한다. 아내는 식사 준비를 할때 여기저기 늘어놓고 하는 스타일이라 주방이 좀 커야 하는 게 맞다. 나도 가끔 음식을 만들면서 주방이 좀 더 넓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니 아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전원 주택에서 살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시골에 들어가서 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이 많으니 내가 그런 결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내는 나에게 전원 생활의 환상에만 빠지지 말고 현실적인 부분을 보라고 한다. 시골 생활은 무료한데 지루함을 잘 참지 못하는 내가 시골 생활을 견딜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화초 가꾸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집 관리를 위해 잡초 제거, 주변 정리 등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겨울에 난방비도 많이 드는 등 생활비가 도시 이상으로 많이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시골 전원 생활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상상만 하지 말고 현실적 어려움과 불편을 제대로 직시하라는 것이다. 굳이 하고 싶다면 전원 주택에서 2년 정도 전세로 살아본 뒤 선택을 해도 된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리 부부 간에 합의한 부분이다.
아내의 말처럼 시골 전원생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재산을 다 정리하면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겠으나 남는 돈이 별로 없게 된다. 일을 하면 되지만, 나이가 들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만만찮다. 무언가 물건을 사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라치면 항상 돈이 약간씩 부족하게 되는데 이게 나만의 문제인지,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또 전원주택을 주택모기지론으로 활용할 때 도시의 아파트보다 재산 가치를 적게 평가받는 현실도 마음에 걸린다.
그럼에도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붙잡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아파트를 떠나 시골의 아름다운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석양을 바라보는 순간을 꿈꾼다. 넓은 주방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준비하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상상을 한다. 날씨 좋은 날에는 거실 밖 식탁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할 수도 있겠다. 음악 듣는 공간을 집 안에다 마련해도 좋겠지, 좀 여유가 더 되면 집 밖 별채에 당구대도 들여넣고 스크린 골프도 하면 좋으련만. 친구와 형제, 처가 사람들이 놀러와서 충분히 재미있게 지내다 갈 수 있는 집을 만들 것이다. 로또복권 사놓고 당첨을 꿈꾸며 행복한 상상을 하듯이 좋은 집 짓고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건축탐구 집'을 본다. 따뜻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건축가들이 여유로워 보이는 집 주인들과 집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보기에 좋다.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들 수 있으니 집을 짓게 되면 되도록 패시브하우스를 지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각양각색의 집과 그 집만의 아름답고 독특한 구조와 디자인을 눈여겨보고 나중에 내 집 지을때 활용해 봐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건축 탐구 집'은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는데 넷플릭스에는 세계의 다양한 주택들과 인테리어를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우리 집을 사세요' '어메이징 인테리어'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숙소' '라장스 드림하우스로 초대합니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멋진 집과 인테리어를 둘러볼 수 있다. 최근에 새로운 시즌이 올라온 '드림 홈 메이크 오버'도 있으니 꼭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