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축구장 너머의 부패한 세계, 'FIFA 언커버드'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대회가 막 막을 올렸습니다. 때마침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FIFA(국제축구연맹)의 부패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FIFA 언커버드'가 나왔습니다. 축구 경기 뒤에서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를 둘러싼 추잡한 거래가 이뤄지고 FIFA가 깊은 부패의 늪으로 빠진 현실을 그린 작품입니다. 선수들의 땀과 팬들의 사랑으로 쌓아올린 금자탑 속에서 특권과 이권을 챙기고 더러운 돈을 밝혀온 FIFA의 이면을 파헤쳤습니다. 다음은 'FIFA 언커버드'에 관한 소개글입니다.
브라질 출신의 후앙 아벨란제가 FIFA 회장이 된 후 열린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부패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FIFA 언커버드'는 아르헨티나 월드컵을 '추악한 월드컵'으로 규정하면서 비판의 현미경을 들이민다. 예선전에서 아르헨티나가 강호 페루를 6대0으로 완파한 경기는 승부조작 의혹을 낳았다. 무엇보다 이 무렵 아르헨티나를 철권통치하던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군사정권의 악행을 가린다며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을 개최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국제적 비판이 제기됐다. 비델라 정권은 정권 반대파들을 잡아 몰래 강에 수장시키는 등 온갖 잔인한 방식으로 국민들을 탄압했다. 비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FIFA는 이를 모른체 했고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독재정권이 스포츠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아벨란제는 스위스 출신의 수완 좋은 변호사 조제프 S. 블래터를 사무총장으로 기용, FIFA의 세력을 키워나갔다. 축구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산업화, 상업화 되면서 코카콜라, 아디다스 등 세계적 규모의 기업을 월드컵대회 후원 기업으로 선정했다. FIFA와 오랜 인연을 맺었던 아디다스 회장 호르스트 다슬러는 ISL이라는 회사를 창립, 월드컵 대회의 마케팅 권한을 독점, 막대한 수일을 챙기고 그 중 일부를 FIFA와 아벨란제 등 몇몇 권력자들에게 은밀히 건넸다.
FIFA의 부패는 더 커져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돈이 오가고 FIFA 회장 선거 때에도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아벨란제는 충복으로 여겼던 블래터에게 돈을 받은 증거가 발각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야심 많은 블래터는 아벨란제의 비리를 묵인하는 대신 그를 명예롭게 퇴진시키고 1998년에 FIFA 회장이 됐다. 블래터의 FIFA는 아벨란제 시절보다 더 많은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최지 선정,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동시 선정 등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FIFA 수뇌부와 집행위원들은 거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월드컵은 최초의 아프리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은 최초의 중동지역 월드컵 개최 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검은 돈이 오갔고 러시아 월드컵 역시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블래터의 'FIFA 제국'에서 잭 워너 CONCACAF(북중미카리브 축구연맹) 회장, 척 블레이저 FIFA 집행위원 등 추종자들이 함께 부패에 가담했다. 이 '축구 귀족'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환대받았고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으며 하늘에 떠있는듯한 삶을 즐겼다. 그러나 척 블레이저가 친밀하게 지내던 잭 워너의 독단에 화가 나 미국 수사 당국에 그의 비리를 제보하면서 파국이 찾아왔다. 이는 예상치 못하게 훨씬 커다란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의 FBI는 1년여의 은밀하고 집요한 수사 끝에 2015년 5월에 FIFA 수뇌부들을 체포하고 조사했다. 척 블레이저는 자신의 범죄를 용서받는 조건으로 대화 녹음 등 범죄 증거들을 모아 FBI 수사에 협력했다. 잭 워너와 다른 많은 집행위원들이 기소 대상이 됐지만 잭 워너는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의 고위 정부 관료로 국가 간 외교 관계 때문에 기소되지 않았다. 블래터 회장 역시 연임이 확정된 지 얼마되지 않아 이 사태를 맞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나중에는 FIFA에서 축출되었다. 그의 자리는 미셸 플라티니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이 물려받을 것처럼 보였지만 그역시 과거에 블래터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 서류가 드러나 FIFA에서 밀려났다. 지네딘 지단 이전에 프랑스의 축구 우상이었던 미셸 플라티니가 FIFA에서 몰락한 일은 그지없이 씁쓸한 일이었다.결국 FIFA 회장 자리는 플라티니 밑에서 UEFA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지안니 인판티노에게 돌아갔다. 오래 전 블래터가 아벨란제를 몰아내는 상황과 비슷했다.
한바탕 광풍이 휘몰아친 뒤에 FIFA는 재정비 되었지만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타르 월드컵은 기반 시설과 경기장 건설 등의 과정에서 수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져 '피로 물든 월드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FIFA 언커버드'는 조제프 블래터와 지안니 인판티노, FIFA 관계자, FIFA의 내막을 잘 아는 에이전트, 기자 등 많은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FIFA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다. 이제 초라하게 늙은 조제프 블래터는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자신의 업적과 기여 등을 훨씬 더 많이 설명한다.
축구장 너머의 세계에서 음습한 부패가 이어져 왔지만 축구 경기는 여전히 격렬하고 아름답다. 최고봉인 월드컵 축구 무대에서 선수들은 꿈 같은 플레이를 펼치고 전 세계 축구팬들은 이에 매료된다. 카타르 월드컵 축구 경기를 즐기는 한편으로 'FIFA 언커버드'를 통해 축구장 너머의 세계에서 축구를 오염시키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권한다.
사족-축구에 열광하는 사이 부패는 깊어져 갔다. 아니, 축구에 열광하느라 부패를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축구의 마법은 오직 거기에만 홀리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