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노라마

뭉클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열정,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넷플릭스, 리차드 드레이퓨즈, 체비 체이스, 앤디 맥도웰)

노우빅 2023. 5. 12. 20:03

 

영화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에서 알 하트(체비 체이스)는 손녀 지나(케이트 미쿠치)의 권유로 가기 싫은 요양원 생활을 받아들인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삶의 황혼녘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여행을 다닌 지 10여 년 후에 리차드 드레이퓨즈와 체비 체이스가 비슷한 여정에 나선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반면 리차드 드레이퓨즈와 체비 체이스는 오직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은 영화만큼 유명해진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영화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8년 개봉·로브 라이너 감독)에서 노년의 행복한 여행을 이어갔고 리차드 드레이퓨즈와 체비 체이스는 2019년 개봉작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그레그 프리티킨 감독)에서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코미디 공연을 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1937년생으로 86세인 대배우 잭 니콜슨은 은퇴했고 같은 나이인 모건 프리먼은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동 중이다. 이들의 뒤를 이은 리차드 드레이퓨즈는 10살 적은 76세이며 체비 체이스는 80세로 선배 배우들이 보여줬던 버디 무비의 아름다운 조화를 다시 선보인다. 원제가 The last laugh인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에서 리차드 드레이퓨즈는 젊은 시절 그만뒀던 스탠딩업 코미디언으로서 재능을 50년 만에 펼치려 하고 체비 체이스는 그의 재능을 알리려는 노련한 매니저 역할을 연기한다. 영화는 익숙한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노년의 꿈을 향한 노배우들의 연기는 가슴 뭉클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배우 앤디 맥도웰도 같이 나온다.

 

혼자 사는 노인 알 하트(체비 체이스)는 그를 걱정하는 손녀 지나(케이트 미쿠치)의 권유에 못 이겨 가기 싫은 요양원에 들어간다. 마지 못해 요양원을 살펴보던 날, 그는 우연히 옛 친구 버디 그린(리차드 드레이퓨즈)과 재회한다. 알은 현역 시절에 연예계의 잘 나가던 매니저였고 버디는 그가 기대하던 코미디언 재목이었다. 버디는 젊은 시절 뛰어난 코미디 재능으로 주목 받았고 유명한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갑자기 코미디계를 떠났던 전력이 있다. 버디는 알에게 그동안 족병 전문의로 살아왔으며 이제는 만족스런 은퇴 생활을 보내는 중이라고 한다. 알은 농담을 하는 버디의 코미디 재능이 녹슬지 않았음을 느끼며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려 한다.

알과 버디는 공연 여행에 나서면서 활력을 느끼고 반응도 성공적이어서 고무된다.

요양원은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춰 그 곳에서 지내는 노인들에게 아주 안성마춤인 곳이다. 그러나 알은 요양원 생활을 좋아하지 않으며 버디를 꼬드겨 요양원에서 나갈려고 한다. 알은 버디에게 특출난 코미디 재능을 지금이라도 발휘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공연을 주선해 주겠다고 말한다. 버디는 귀가 솔깃하면서도 망설이다가, 알과 함께 차를 타고 요양원을 떠난다. 50년 만에 함께 공연에 나서는 알은 버디를 뉴욕의 유명한 TV쇼 무대에 서게 하려 하고 중간에 거쳐가는 도시들의 작은 클럽 무대 공연으로 녹슬었던 코미디 감각을 되살리자고 한다.

알과 버디는 활기찬 모습으로 여러 도시들을 들르며 성공적인 공연을 이어간다. 다만, 버디가 숙소에서 대마초를 피워대는 것이 고역이지만, 알은 어쩔 수 없다. 캔자스에 들렀을 때 알은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도리스(앤디 맥도웰)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알은 도리스와 만나면서 연인 같은 관계로 발전해 공연 여행에 함께 동행한다. 한편, 버디는 알이 내다버린 대마초를 피우지 못한 날 저녁 공연을 망쳐 버린다. 알고 보니 버디는 췌장암 말기의 환자였으며 고통을 참기 위해 대마초를 피웠던 것이다.

알은 캔자스주에서 만난 도리스(앤디 맥도웰)에 반해 연인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함께 공연 여행에 동행한다.

알은 버디의 병에 낙담하지만, 버디가 뉴욕으로 가고 싶다는 말에 도리스와 함께 여정을 이어 나간다. 알은 뉴욕의 TV쇼에 버디를 서게 하기 위해 수시로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지만 상황이 꼬이며 출연하기 어렵게 된다. 알은 버디가 실망할까봐 차마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혼자 골머리를 앓는다. 그 와중에 알의 손녀와 버디의 아들이 요양원을 벗어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위치 추적끝에 그들을 찾아온다. 이제 최고의 매니저로 통했던 알의 수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은 버디를 TV쇼에 출연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해법을 마련하려 한다.

 

리차드 드레이퓨즈는 전성기 시절인 1970년대와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죠스'(1978), '미지와의 조우'(1982), '잠복근무'(1987), '영혼은 그대 곁에'(1989), '잠복근무 2'( 1993), '홀랜드 오퍼스'(1996)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죠스', '미지와의 조우', '영혼은 그대 곁에'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들이고 '영혼은 그대 곁에'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는 드문 멜로 로맨스 영화로 홀리 헌터와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펼친다. '홀랜드 오퍼스'의 존경할 만한 음악 교사 역도 로빈 윌리엄스의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리차드 드레이퓨즈의 자랑스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버디는 멋진 코미디 공연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지만, 정작 뉴욕 TV쇼 공연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알이 매니저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체비 체이스도 뛰어난 코미디 배우이다. 체비 체이스는 '휴가 대소동'시리즈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해외 보다는 미국 내에서 인기가 높고 유명하다. 체비 체이스는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에서 리차드 드레이퓨즈와 호흡이 잘 맞는 연기를 보였고 리차드 드레이퓨즈는 탁월한 스탠딩업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앤디 맥도웰은 '그린 카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에서 젊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었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주름이 많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젊음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배우들이 전성기를 보내고 노년에 자신들의 모습을 배역으로 소화하는 모습은 약간 감동적이다. 그들은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영화 속 배역에서 빛나며 마치 자신들의 상황과도 닮은 이야기를 아주 잘 살려낸다. 영화의 작법이 전형성에 갇혀 있는데도 배우들의 모습 때문에 이 영화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연출자인 그레그 프리티킨은 이름이 낯선 감독인데 그는 영화 마지막에 고(故) 폴 마주르스키(1930~2014) 감독을 기억한다는 자막을 올린다. 배우로도 활동한 폴 마주르스키 감독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코미디 영화 '적, 러브 스토리', '베벌리힐스의 다운 앤 아웃' 등으로 찬사를 받았는데 그레그 프리티킨 감독은 아마도 폴 마주르스키 감독의 작품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를 흠모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